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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바꼭질

그동안 나는 내가 숨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었다. 잘 숨으려고 노력하지는 않았다.술래가 찾기 쉽게 머리도 살짝 내밀어 보고, 팔과 다리를 은글슬쩍 보여주기도 했고,혹시나 못 찾을까 봐 일부로 소리를 내어보기도 했다.하지만,내가 그렇게 찾아달라고 티를 내었는데도 술래는 나를 찾지 못했다.문득,이렇게 시간이 흘렀는데도 못 찾는 건,찾지 못한 것이 아니라,찾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혹시...설마...그동안 숨바꼭질 놀이를 나 혼자 하고 있었던 건가?그렇구나...그래서 술래가 보이지 않았던 거구나... 갑자기 창피해졌다.밖으로 내놓았던 머리와 팔과 다리를 거북이 마냥 다시 안으로 들이고, 단단한 등껍질 속 더욱 깊숙한 곳으로 몸을 숨겼다.이제는 그 누구도 나를 찾지 못할 것이다. 괜찮다.걱정해 줄..

끄적끄적 08:44:19

가을비

태풍의 영향이긴 하지만 며칠 동안 가을비가 내렸다.가을에 내리는 비는 유난히도 사람의 마음을 쓸쓸하게 만든다.어제보다 더 많이 떨어져 있는 낙엽들이 그렇고,어제보다 더 회색빛이 되어 버린 하늘이 그렇고,어제보다 더 차가워진 바람이 그렇다. 열어놓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쌀쌀한 바람이 지난봄 이후로 옷장 깊숙이 넣어둔 바람막이 점퍼들을 꺼내게 만든다.그러다 문득, 더 깊이 숨겨놓은 겨울 옷들도 꺼내 손이 잘 닿는 곳에 걸어 놓는다. "가을이 간다고 안타까워하지 마. 원래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들은 쉽게 곁을 내주지 않지만, 오래 머무르지도 않아." 겨울옷을 걸다 이해도 못 할 말을 중얼거린다.꺼낸 옷을 다 건 후에도 거실을 서성이며 할 일이 없나 찾아본다.찬장을 열어 그릇들을 다시 정리하고,장식품이 되어 버..

끄적끄적 2026.10.26

후회...

왜 사람은 지나간 후에야 후회를 하는 걸까...그녀와의 관계도 후회로 점되어 있다.그때 내가 조그만 더 참을 걸.그때 내가 조금만 더 신중하게 생각할 걸.그랬으면 지금 이렇게 후회하지는 않았을 텐데...엎질러진 물은 돌이킬 수 없다는데, 누군가가 엎질러진 물도 돌이킬 수 있다고 말해주었으면 좋겠다.그랬다면 이렇게 후회만 하는 삶을 살지 않아도 됐을 텐데...그런데,나만 그런게 아닌 걸 보면 어쩌면... 후회는 인간의 본성일지도 모르겠다.

끄적끄적 2026.10.25

기후 변화, 나이...

비가 내린다.태풍의 간접 영향이다.여름 내내 잠잠했던 태풍이 가을이 되어서야 모습을 드러냈다.그것도 고개를 힐끔 내미는 수준이다.복인지, 앞으로 더 커다란 태풍이 올 거라는 복선인지 모르겠다.하지만 분명한 것은 기후가 많이 변했다는 것이다.우리 세대가 끝나고, 다음 세대에 한반도는 어떤 옷을 입고 있을까? 봄과 가을이 사라지고, 여름과 겨울만이 남아 있을까?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기후 변화에 적응이 어려워지는 이유도 역시 나이 때문이겠지?오늘도 글을 쓰다보니 나이먹음에 대한 서러움으로 끝이 나버렸다.에구...

끄적끄적 2026.10.24

나이가 든다는 것.

커피 한잔을 마신다.많은 이들이 그렇듯 나에게도 일상이다.쓰기만 한 한잔일 뿐인데, 지나치려면 왜 그리 찝찝한지...젊은 시절에는 직접 그라인더로 갈고 손수 내려 마실 때도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그냥 캡슐 커피로 내려 마신다.나이가 들수록 귀찮음이 더해가기 때문이다.그러다보니, 커피에 빠져 산 이런저런 장비들이 그저 장식품이 되어 버렸다.나이가 든다는 것은 귀찮음의 세상에서 사는 것만 같다.작은 것 하나를 하려고 해도 힘이 들어서 그렇다.그게 날 슬프게 한다.

끄적끄적 2026.10.23

시간

병원에 다녀왔다.겨울철이 다가와서 그런지 독감 예방 주사를 맞으러 온 어르신들이 많았던 탓에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가 됐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시간을 먹는 것과 같다.그런 면에서 보면 시간은 건강식 보다는 인스턴트 음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젊을 때는 모르지만, 나이가 들면 몸을 병들게 하는... 쭈글쭈글 해지는 손과 발, 한해가 갈수록 늘어만가는 약과 한숨.그럼에도 살아야 하는 건누군가가 나의 삶의 줄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끄적끄적 2026.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