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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래서, 어쩌면

두유와 모닝빵

by photobuntu 2025. 3. 20.

나는 매일 아침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두유 하나와 모닝빵 하나를 들고 어머니를 뵈러 가곤 했다.

 

  치매끼가 오신 어머니가 거동까지 잘 못하시게 된 후로는 거의 매일 빼놓지 않고 갔었다.

  어머니가 두유를 워낙 좋아하셔서 예전에는 박스 째로 가져다 드리곤 했지만, 치매를 앓기 시작하신 이후로는 그러지 않았다. 두유 하나와 직접 만든 빵 하나를 매일 가져다 드리는 것이 무뚝뚝한 아들의 사랑 표현이었던 것이다.

  내가 효자라서 그런 건 아니었다. 오히려 나는 불효자에 가까웠다. 한동안은 어머니와 너무 사이가 좋지 않아서, 진짜 안 볼 결심까지 했을 정도로...

  그러다, 점점 더 기억을 잃어가고, 잘 걷지도 못하는 어머니를 보게 된 순간, 어머니의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 생각이 든 후로 난 용서를 구하는 마음으로 매일 아침 어머니를 찾아뵈었다.

 

  어머니는 내가 두유와 빵을 가지고 가면 항상 이렇게 말씀을 하시곤 했다.

 

  "어디서 가지고 와시니(온 거니)? 아이고, 착하다, 착해."

 

  그러면 나는 어머니 손을 잡아드리며 이렇게 말을 했다.

 

  "아이고, 우리 어머니, 나보다 힘이 더 세네. 나보다 오래 사시크라(살 거라.)"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었지만, 지겹지는 않았다. 다만, 점점 더 쇠약해져 가시는 어머니를 볼 때마다 젊을 때 시집와서 고생만 하셨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라 괴로웠었다.

 

우리 어머니의 사전에도 행복이란 단어가 존재할까?

 

  더 이상 나는 두유를 사지도 않고, 빵도 굽지를 않는다.

  어머니는 정말 아무도 모르게 어떠한 기척도 없이 가셨다.

  언제나 아들만 생각하셨던 어머니었기에 아들에게 폐가 되는 것이 싫으셨나 보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정말 많이 힘들었다. 다시 공황장애가 찾아오고, 대인기피증도 찾아왔다.

  사실, 지금도 어머니가 너무나 그립다...

 

  행복이란 단어를 모르고 가셨을 지도 모르는 어머니, 다음 생엔 행복한 삶이 가득한 세상에서 태어나시길 간절히, 간절히 빌어본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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