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콩을 볶는 매연이 온 집을 가득 메우고 있다.
내가 커피콩(생두)을 볶는 냄새를 매연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향기로울 것 같은 커피콩 볶는 냄새가 그리 좋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사실, 냄새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좋지 않아 전업주부나 식당, 급식소 등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처럼 커피콩을 볶는 로스터들도 폐에 관련된 여러 질환 등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직접 로스팅을 하곤 한다.
내 입맛에 맞는 원두를 고르고, 내 입맛에 맛게 로스팅 된 원두로 추출한 커피를 마시는 재미를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촌스럽게도 블랙 보다는 설탕 커피를 좋아하지만 말이다. 웃긴 건 아이스아메리카노는 블랙을 좋아한다는 거다.
내가 로스팅한 원두로 추출한 에스프레소 투 샷에 건강을 챙긴다고 비정재 원당으로 만든 설탕 두 티스푼을 넣어 마시는 것이 매일 아침 빼놓지 않고 하는 내 루틴 중 하나다. 뭐, 비정재 원당을 먹는다고 건강이 좋아질 리는 없겠지만, 여하튼, 거기다 직접 고른 재료로 직접 만든 모닝빵과 에그 스크램블을 더하면 아침 식사로는 금상첨화라 할 수 있겠다.
분명 지난 번 로스팅한 원두가 아직 많이 남아 있는데도, 오늘도 아침부터 로스팅을 하고 있다. 집안 가득 메운 연기 속에 몸을 숨기고, 생두가 타는 퀘퀘한 냄새에 내 체취마저 숨기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얼마 전 그 아이와 헤어진 후로 자주 이러는 것 같은 걸 보니, 도피라도 하고 싶나보다.
뭐, 도피해서라도 잊을 수만 있다면 그것도 나쁘진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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