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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래서, 어쩌면

마지막이 된 이별

by photobuntu 2025. 3. 18.

다짐하고, 또 다짐해 본다. 앞으로는 그 아이를 사랑하지 않을 거라고, 다시는 그 아이를 생각하지도 않을 거라고.

하지만, 열도 세기 전에 내 머릿속은 어느새 그 아이 생각으로 가득 차고 만다.

 

  등산복 차림의 카톡 프로필 사진 속 그 아이는 환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나에게만 보여줄 거라 철석간이 믿고 있던 그 웃음을 말이다.

  대체 그 아이는 누굴 보고 그런 환한 웃음을 짓고 있었던 것일까?

 

  사진을 본 순간부터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불길한 예감이 피어오르기 시작했고, 그 예감은 밤이 되자, 내 몸을 뚫고 나오더니 시커먼 안개로 변해 내 시선마저 가려 버렸다.

 

  "그 사진 뭐야? 날 속이고 놀러 가면 좋아?"

 

  내 추궁에 그 아이는 거짓말로 나를 속이려 들었다.

 

  "무슨 사진? 아, 그거? 예전에 찍은 거 친구가 보내준 거야."

  "거짓말!"

 

  잠시 후 돌아온 그 아이의 대답.

 

  "응. 날 만나기 싫으면 안 만나도 돼."

 

  신뢰는 무너졌고, 어둠의 안개에 둘러쌓인 채 앞조차 보이지 않던 나는, 결국 언젠가부터 가슴 깊은 곳, 고장난 지퍼 주머니에 넣어 두고 있었던 그 말을 꺼내고야 말았다.

 

  "우리 친구로 지내자. 그럼 견딜 수 있을 것 같아."

  "응. 그래."

 

  숨을 쉬듯 너무나도 쉽게 "응."이란 대답을 내뱉어버리는 그 아이의 모습에 내 몸을 둘러쌓고 있던 검은 안개가 다시 내 몸속으로 파고 들며 세포 하나하나까지 잠식해 들었다.

 

  그 후로 그 아이에게서의 연락은 없었고, 나는 어둠이 되어 버렸다.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 돼 버린 그 아이... 그 아이를 내가 진정 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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