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선시대 이후로 우리 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유교문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유교문화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허례허식이 너무 많다는 것이 가장 크다.
단적인 예로 제사를 지내는 건 뭐 그리 복잡한지... 술 한잔 올렸다고 절하고, 제기 뚜껑 열고 또다시 절하고, 젖가락 올리고 절하고, 숟가락 올리고 절하고... 1년을 기다려 제삿밥 한 끼 얻어 먹으려고 온 망자들이 맘 편히 식사도 하지 못할 것 같다.
그리고, 왜 제사나 명절에는 잘 알지도 못하고, 친하지도 않은 친척들까지 다 모여야 하는 건지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제사나 명절에 모인 친척들 중에는 돌아가신 분과 생전에 사이가 안 좋거나 다른 이유 등으로 보고 싶지 않은 사람들과 있을 텐데 말이다.
정말 돌아가신 분을 기리고 싶다면 일가친척들로만 국한하지 말고, 돌아가신 분과 생전에 좋은 기억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간단한 식사나 차를 하며 돌아가신 분과 있었던 추억들을 얘기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돌아가신 분을 위해서도, 애써 시간을 내서 모인 사람들을 위해서도 좋은 것이 아닐까? 그게 현명한 추모의 방식이고.
벌초나 성묘, 장례 문화도 그렇다.
무더운 여름날 벌초를 한 번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벌초를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고된 일인지 잘 알 것이다. 가뜩이나 출산율이 떨어져 인구가 부족해져 가는데, 꼭 그렇게 봉분을 세우고 무덤까지 만들어 그러지 않아도 시간에 쫒겨 사는 후손들을 고생시키고 싶을까?
굳이 멀리 나가지 않더라도 주변에 대가 끊기거나 벌초을 해 줄 사람이 없어서 잡초와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란 봉분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앞으로는 그런 봉분들이 더욱 많아질 것이고.
돌아가신 분들이 자신들의 육신이 들어 있는 봉분이 그렇게 버려지고, 잊혀가며 사람들의 연민과 손가락질 대상이 되는 걸 보면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장례문화는 말 안 해도 다 알 것이다. 장례 문화 자체도 복잡해서 준비해야 할 것도 많고, 지금에는 삼일장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오일장이나 칠일장이 기본이었다. 거기다 더욱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전통문화 계승의 입장이라면 삼베로 만든 옷이나 명주로 만든 하얀 옷을 입으라고 해야지, 왜 검은 옷에 양복을 입으라 하는 건지...
전통 상주복을 입은 상주들과 검은 옷을 입은 상주들이 뒤섞여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이게 뭐냐?'라는 생각과 함께 실소가 터지기도 한다.
차라리 양복을 입을 거면 서양처럼 돌아가신 분을 아는 사람들끼리만 모여 추모하는 정도로만 장례식을 치르는 것이 낫지 않을까?
또한, 현세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젠더 갈등 역시 남아만을 선호하는 유교 문화가 가지고 온 폐해가 쌓이고, 쌓여서 생긴 갈등이라고 생각한다. 역사적으로도 조선시대 이전까지는 남녀 간의 차별이 거의 없었다고 하고.
오히려 이제는 자신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남자들이 많아지는 등, 앞으로도 젠더 갈등은 우리 사회의 발전을 막는 커다란 사회문제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물론, 유교문화가 나쁜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점점 더 이기적이고,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현 사회에서 남을 불쌍하게 여기고, 불의를 부끄러워하며, 남을 배려하고, 옳고 그름을 가릴 줄 알고, 신의를 알아야 한다는 유교의 인의예지신 사상은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덕목임에도 틀림이 없다.
다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가 현재 조선시대를 사는 것이 아니니,
우리 뒤를 살아가 후대들을 위해서라도 이제는 제발 버릴 것은 버리고,
바꿀 것은 바꿨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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